[디렉터 노트] 더 선명한 전장, 더 생생한 성채
· 글쓴이 Shay · 공지

안녕하세요. 〈엠버 앤 블레이드〉의 아트 디렉터 Sean Jung입니다.
오랜만에 다시 인사 드리네요! 작년 데브로그를 통해 처음 인사드린 것이 얼마 전 같은데, 어느새 데모 2.0 공개를 앞두고 있습니다. 그 동안 게임 안팎으로 많은 일이 있었고, 저희가 만들고 있는 세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특히 이번 데모 2.0에서는 유저분들의 경험을 ACT1으로 압축하고 그 안에서 더 많은 재미와 세계를 경험하실 수 있도록 다듬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전장에서의 직관성을 더욱 높였고, 전투를 마치고 돌아오는 성채에는 풍성함을 더했습니다.
하나의 ACT 안에도 흐름이 필요하다
그간 엠버앤블레이드를 플레이한 분들의 의견을 듣다 보니 반복해서 마음에 걸리는 반응이 하나 있었습니다.
“게임의 초반 구간이 조금 루즈하게 느껴진다.”
이러한 반응이 단지 시각적인 이유만은 아니겠지만 저희 개발진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최선의 고민을 해야 했죠. 저 역시 ACT1의 환경이 게임의 긴장감을 충분히 뒷받침 하고 있는지 한번 더 들여다 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희는 처음부터 ACT1에서 ACT5까지 이어지는 전체 환경 흐름 속에서 분위기가 점차 고조되도록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초반에는 비교적 절제된 분위기로 시작해, 뒤로 갈수록 세계의 어둡고 무거운 면을 드러내려 했죠.
하지만 유저들의 반응을 보며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전체 ACT를 관통하는 큰 흐름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ACT 안에서도 긴장감이 단계적으로 쌓이는 그 자체의 감정선이 필요했습니다. 저희는 플레이어를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빠르게 게임 속으로 끌어들여야 했습니다.
그래서 ACT 1 전체를 하나의 여정으로 놓고 다시 살펴보았습니다. 초입부와 중간 보스 룸, 그리고 최종 보스 룸이 각기 다른 인상을 가지면서도, 앞으로 나아갈수록 위험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흐름으로 이어지게 하고 싶었습니다. 단순히 공간을 더 어둡고 자극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색과 날씨, 주변 사물의 변화를 통해 플레이어가 지금 여정의 어느 지점에 와 있는지를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도록 말이죠.

바뀐 ACT1의 전체 환경
그 흐름을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손본 것은 맵 전반에 걸쳐 있는 물웅덩이였습니다.
기존에는 보스룸의 물웅덩이만 붉은색이었고, 그전까지 등장하는 물웅덩이는 모두 푸른색이었습니다. 각각의 공간만 놓고 보면 큰 문제는 없었지만, 맵 전체를 하나의 흐름으로 보았을 때 두 색 사이의 변화가 다소 갑작스럽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초입부의 푸른 물웅덩이가 보스룸에 가까워질수록 조금씩 붉어지도록 색을 단계적으로 나누고 맵 전체에 걸쳐 아주 느린 색의 그라데이션을 만들었습니다. 플레이어가 이를 의식적으로 알아보지 않더라도, 서서히 붉어지는 물빛을 통해 클라이맥스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랐죠.
여기서 끝내도 됐겠지만, 물웅덩이의 색을 바꾸고 나니 또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몬스터가 공격에 밀려 물웅덩이에 떨어질 때 튀는 물보라의 색이었습니다. 물웅덩이는 구간마다 다른 색을 띠는데, 어디에서든 같은 색의 물보라가 튄다면 기껏 만든 변화가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몬스터가 떨어진 물웅덩이에 맞춰 물보라의 색도 달라지도록 만들기로 했습니다. 말로 들으면 간단해 보이지만, 이를 게임 안에서 자연스럽게 작동시키는 데에는 생각보다 여러 기술적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사실 이쯤 되니 ‘우리 규모의 게임에서 정말 여기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습니다. 하지만 ‘Why not?’의 의지를 장착한 개발자분들이 결국 이를 구현해냈고, 이제 ACT 1의 물웅덩이에서는 저마다의 색을 닮은 물보라가 튀어 오릅니다.
전투 중에 이 차이를 알아보는 분이 얼마나 계실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이런 작은 부분들이 서로 자연스럽게 맞물릴 때, 공간 전체도 비로소 하나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개편된 중간보스 공간
중간 보스 구역에는 색의 변화보다 조금 더 직접적인 신호가 필요했습니다. 플레이어가 구역에 진입하는 순간 지금까지의 필드와는 다른 장소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바로 느끼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중간 보스 구역에 들어서면 어두운 조명으로 바뀌도록 하였고 주변에는 이전보다 위협적인 인상을 주는 에셋들을 추가로 배치했습니다. 바닥과 잔디에도 앞선 필드와 구분되는 붉은 톤을 사용했습니다. 별도의 설명이 없어도 조명과 에셋, 색과 같은 시각적 변화만으로 한층 위험한 구역에 들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ACT 1의 최종 보스인 바포메트가 기다리는 공간도 같은 기조로 다시 손봤습니다.
데모 2.0을 준비하며 바포메트의 등장 연출을 새롭게 제작했는데, 이전보다 훨씬 장중하고 불길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집중했습니다. 보스룸 역시 그 연출을 온전히 받아줄 수 있어야 했습니다. 등장 장면은 무거워졌는데 정작 그가 서 있는 공간이 이전과 같은 모습이라면, 연출이 가진 힘도 그만큼 약해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바닥과 잔디를 붉은 톤으로 교체하고 사슴 석상들은 부서지거나 피에 물든 모습으로 바뀌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바포메트가 갑자기 나타난 강한 적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이 장소를 차지하고 있던 불길한 존재처럼 느껴지기를 바랐습니다.

개편된 보스 공간
이처럼 ACT 1의 환경에서는 새로운 것을 무작정 더하기보다, 플레이어가 공간을 따라 이동하며 느끼는 감정의 흐름을 더욱 분명하게 만드는 데 집중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바뀐 전투 시스템과 더불어서 유저분들이 훨씬 더 역동감있고 직관적인 그런 선명한 게임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돌아오고 싶은 성채
전장의 긴장감을 높이는 작업을 진행하는 한편, 성채에는 정반대의 고민이 있었습니다.
성채는 거칠고 긴박한 전투를 마치고 돌아오는 장소입니다. 다음 전투를 준비하는 기능적인 공간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먼저 잠시 긴장을 내려놓을 수 있는 장소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넓고 고요한 성채를 돌아다니다 보면, 아직은 다소 비어 있고 적막하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 넓은 공간을 조금 더 살아 있게 채워주면서, 펜릭스와 플레이어를 반겨줄 존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새로운 골렘과 마리모에 대한 아이디어였습니다.
처음에는 이 작은 골렘들에게 조금 더 진지한 설정을 담아보려 했습니다. 내러티브의 숨겨진 면을 보여주는 방향도 고민했고, 성채 안에서 보다 다양한 기능을 담당하게 하는 아이디어도 살펴보았습니다. 하지만 여러가지 가능성을 저울질 한 후 결국 저희가 도달한 종착지는 귀여움이었습니다. ‘귀여움이 세상을 구한다.’



초기 미니 골렘과 마마골렘(현재의 키리) 시안들
그렇게 형태가 서로 다른 작은 도자기 골렘들을 디자인하기 시작했습니다. 조그만 골렘들이 성채 안을 돌아다니는 모습만으로도 공간의 분위기가 한결 즐거워질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디자인을 실제 성채 안에 놓고 보니 새로운 문제가 보였습니다. 성채는 넓은 화이트와 골드 톤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비슷한 색의 작은 도자기 골렘들을 배치하면, 크기도 작은 데다 배경과 색까지 겹쳐 존재감이 약해질 가능성이 컸습니다. 그래서 도자기 골렘 대신 이름 그대로 ‘마리모’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작고 둥근 형태는 처음 의도했던 귀여움을 그대로 살릴 수 있었고, 초록색의 색채는 성채의 화이트와 골드 사이에서도 확실하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렇게 미니 골렘에 대한 아이디어는 지금의 작은 마리모들로 발전했습니다.
다만 넓고 높은 성채를 이 작은 친구들만으로 채우기에는 조금 부족해 보였습니다. 마리모들이 모여 있는 풍경에 중심을 잡아주면서, 이들을 돌보고 함께 놀아줄 수 있는 부피감 있는 존재가 하나 더 필요했습니다. 그렇게 마리모들에게 물을 주고 함께 물놀이를 하는 커다란 코끼리 골렘 ‘키리’도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키리와 마리모 디자인
마리모와 키리는 성채를 귀엽게 꾸미기 위해 존재하는 장식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마리모들은 펜릭스의 행동에 반응하고, 전투를 마치고 돌아온 펜릭스를 따라다니며 따뜻하게 맞이해 줍니다. 때로는 이동 속도를 높여주거나 플레이에 필요한 간단한 정보를 알려주기도 합니다. 키리와 함께 물놀이를 하거나, 자기들끼리 탑을 쌓으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마리모와 키리는 성채의 빈 공간을 채우는 동시에, 그 안에서 플레이어와 작게나마 관계를 맺는 존재로 만들어졌습니다.
이들의 존재가 게임의 흐름을 크게 바꾸는 것은 아닙니다. 게임을 진행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요소도 아닐 겁니다. 하지만 저는 늘 이런 작은 디테일이 세계를 더 설득력 있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긴 전투를 마치고 돌아온 펜릭스에게, 플레이어에게 작은 위로가 되어주기를 바랍니다.
마치며
이번 데모 2.0을 준비하며 저희는 ACT 1의 환경과 성채를 서로 다른 방향으로 다듬었습니다.
전장에서는 위험의 흐름이 보다 명확하게 전달되도록 조명과 에셋, 색을 손봤습니다. 성채에는 새로운 생명들을 더해 플레이어가 잠시 머물고 돌아보고 싶은 장소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두 작업은 서로 다른 방향처럼 보이지만, 결국 플레이어가 공간 안에서 무엇을 느껴야 하는지를 더 분명하게 만드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전장은 더 선명하게, 성채는 더 생생하게 느껴진다면 이번 작업의 목적도 충분히 전해진 셈일 것 같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데모 2.0에서 새롭게 달라진 ACT 1과 성채의 작은 친구들을 직접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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